본문 바로가기
Book

디맨드

by Seungyun Kim 2022. 9. 26.

디맨드

수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점점 많은 관객을 다른 장르에 빼앗기고 있는 클래식을 직업으로 택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책은 많은 분야에서 직면한 수요의 문제와, 그것을 해결한 수요 창조자의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꼭 필요한 질문들을 던진다. 책은 관점을 자신에서 고객으로, 이익에서 고객의 고충으로 돌리는 것만으로 놀라운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있고, 고객을 이해할수록 더 많은 수요가 창출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관심 있게 읽었던 부분은 미국의 오케스트라(특히 보스턴 오케스트라)와 시애틀 오페라가 어떻게 관객을 이해하고 그들의 수요(대부분은 새로운)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 매년 수많은 잠재적 신규 관객들이 권유에 이끌려 생전 처음으로 클래식 콘서트를 관람한다. 콘서트홀은 아름답고, 공연은 환상적이며, 음악은 황홀하다. 그러나 클래식 콘서트에 한 번 와본 사람들 대부분은 다시 콘서트를 보러오지 않는다. ... 교향악단들이 한 번 찾아온 관객을 장기적인 서포터로 만드는 데 실패한다는 분명한 사실은 상당히 어려운 퍼즐을 제시한다. 위대한 교향악단에 소속된 명성 있는 연주자들이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재능을 가진 걸까?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단순히 클래식 음악이 현대적인 음악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너무 고상하거나 구식으로 느껴지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교향악단의 궁극적인 종말이 불가피함을 이야기하며 '너무 어려우니까 포기하라'는 충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책은 이어서 고객 이탈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팀을 구성하고, 관객을 하나의 큰 "평균 고객"에서 독립적인 개인으로 파악하고 그들의 "고충 지도"를 확인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평균적으로 교향악단 관객의 55퍼센트가 익년으로 넘어가면 다른 사람들로 바뀐다는 것, 그리고 생전 처음 콘서트를 보러 온 관객 중에서는 91퍼센트가 다른 사람들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관객이 느끼는 고충을 16가지로 축약한 연구팀은 의외의 결과를 도출하는데, 우리의 직관과는 반대되는 결과를 얻는다. 관객이 이탈하는 가장 주요한 고충은 연주의 완성도나 출연자의 유명세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16가지의 고충 목록 중 가장 위에 위치한 것은 "주차"였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설명을 보면 이해가 된다.

... 주차는 지금까지 어떤 교향악단도 신경을 쓰지 않았던 문제였다. "회원들은 절대 주차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우리가 주차 문제를 걱정이나 했겠어요?"라고 어느 교향악단의 임원은 말했다. 하지만, 회원들이 침묵했다고 해서 주차 문제를 문제라 여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핵심 관객'들 중 오래된 회원들은 예전부터 자신들만의 이동 수단을 확보함으로써 고충 지도에서 주차라는 문제를 스스로 제거했다...

이 외에도 곡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나 작곡가의 삶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몇 마디 나눈다든지, 티켓을 빠르고 쉽게 교환할 수 있는 가능성 같은 것들이 고충 목록 위에 있었다. 연주의 완성도는 중요하고 연주자로서 가장 먼저 책임져야 하는 부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더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얼마나 다른지. 연주자는 객석에 앉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 무슨 고충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바꿔 생각하면, 연주자가 객석에 앉아서 무대를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거기서 우리는 새로운 수요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